카테고리 없음

생일날의 생각

한돈수 2022. 8. 4. 19:28

아직 여명이 보이기 전의 어둠이 짙은 시간이다.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한 덕분에 이렇게 일찍 일어나 생각에 잠겨보는 순간들을 같게 된다.

저만치 보이는 쉐라톤 호텔의 빨간 에스 자가 선명하다.
해가 뜨면 그 선명함도 사라져 버리기에 이 순간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인간이 태어난다는 것은 어느 남여가 서로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순간에 의해 그리고 엄청난 정자들 간의 경쟁을 뚫고 억세게 재수 좋게 주먹을 꼭 쥐고 이 세상에 온 것이다. 그야말로 천운이 닿지 않으면 생기지 못 할 일인 것이다.

이렇게 태어 났어도 누군가의 헌신적 사랑이 없이는 생명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 혼자서는 먹고 살 수가 없는 상태인 것이다. 12년 정도 키우면 어느 정도 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지만 더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기 위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많은 아낌없는 도움과 지원을 받는다.

부모님, 가족 또는 누군가의 엄청난 희생과 재정적 지원, 사랑으로 한 인간의 독립적인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혼자의 힘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독립시키고 자신의 후반생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다 보면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없다.

그 때, 그 때 생기는 여러가지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정신없이 살 다보면 세월도 흐르고 인생 여정도 그 끝이 어느 정도 보일 무렵이 된다.

오늘은 나의 65세 생일 날이다.
이렇게 쉼 없이 살다 얻은 인생의 황금기를 지금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고요함 속에서 평온하고 맑은 마음으로 삶을 되돌아 보기도하고, 지금 이 순간의 희열도 느끼며, 가끔은 이 생명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2020년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울컥 한다.
나를 위해 헌신하신 어머님의 그 고된 삶을 생각하면 눈물이 글썽거리며 생전에 잘 해드리지 못했음에 마음이 아려온다.

생각은 사람을 정적으로 만든다.
생명이 있는 삶은 생각보다는 행동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어느새 밖이 훤해져 있다.
오늘도 살아 있음을 느끼며 순간 순간을 보내자.

억세게 운 좋았던 나의 1957년 칠석날을 그려보며...


August 04 2022. (칠석날), Donsoo Han, sea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