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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미타원에서

한돈수 2021. 3. 22. 00:31


장모님은 6.25때 오빠와 함께
개성에서 남한으로 내려오셨다.
든든한 부모의 보살핌 없이
외롭고 힘들게 세상을 개척하며
살아 오셨다.

딸 자식을 앞세우고
외손주와 외손녀 돌보며
의식을 잃고 병원생활을 하는
오빠를 바라보며
살아오신 외롭고 힘든 세월

정신 차리려
많은 시간 책도 읽고
불경 필사도 하시면서
열심히 노력하셨건만
정처없이 흐르는 세월의 무게에
치매 라는 힘든 병 얻으셔
결국 요양원에 계시다
저 세상으로 가셨다.

먼저 가신 오빠 따라
해인사 미타원의 107호실에서
알수없는 사람들과 잠들다.
옆 호실의 오빠가 있기에
조금은 외롭지 않게.

아무것도 없이 왔다가
아무것도 갖고 가지 못하는 인생.
그 길을 걸으려 이렇게
애쓰고 힘들어 해야 하는가.

자연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흘러가는 인생.
그런 자유롭고 여유로운
인생길이고 싶다.

2020년 12월 20일




장모님께

저 한서방입니다.
세상에 태어나 모두 가야만 하는 길이라
배워왔건만 이렇게 갑자기 가시는 길이라는 건 이제사 깨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서울 요양원으로 가신 후 서울에 가면 찿아뵙고 장모님의 환한 미소 보면서 이야기도하고 맛있는 음식도 사드려야지 했는데 이렇게 떠나시면 어찌합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살아 계셨을 때도 제대로 못하고 돌아가셨어도 가까이에서 모시지 못하고 이렇게 멀리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고있는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

살아 생전 장모님의 맑고 환한 미소와
청순한 모습은 저의 프라이드 였습니다.

장모님
저 세상에 가서는 하시고 싶은것 모두 하시면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시길 기원드립니다.

2020년 1월 25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서방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