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과의 여수 여행 (2022)
어머님의 2주기 제사 및 성묘를 마치고, 조심스럽게 아버님께 여행을 가자고 말씀드렸다.
2020년엔 제주도, 2021년엔 강원도와 부산, 경주를 함께 여행했으니, 2022년엔 전라남도 여수를 여행하는 것이 어떤가 하고 제안했다. 물론 우리 형제들은 미리 이야기를 끝낸 터였다.
우리의 제안을 들으신 아버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시더니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잠시 후, 방에 들어가셔서 조금 누워 계셨다가 일어나시면서 왼쪽 다리에 쥐가 나셨다. 우리 모두 열심히 쥐를 풀어드리자 바람을 씌러 밖으로 나가셨다.
우리는 이제까지와는 조금 다른 아버님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항상 여행 경비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신 아버님의 부담이 좀 크신 것 같았다.
실은 2개월 전부터 요양사가 오게되어 매월 20만원이 더들어가고, 우리 부부도 와서 점심 비용도 늘고 하여 아버님이 생각하신 버짓을 초과한 느낌이다.
우리는 협의하여 이번 여행 비용은 우리 형제들이 해결하기로 하고 아버님께 말씀드렸더니 '고맙다'고 말씀하시고 표정도 많이 밝아 지셨다.
여행은 11/15(화)에 출발하여 11/18(금)에 돌아오는 것으로 했다. 여수의 한 펜션을 예약하고, 아버님의 이동을 편하게 하기위해 휠체어도 준비했다. 아버님은 즐겁고 건강한 여행을 위해 월요일날 영양주사도 맞으셨다.
모두 가방을 챙기고 화요일 아침 9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아침은 김밥으로 하기로 했다.
화요일(11/15) 설레임 속에 모든 시작이 알러 8시 30분에 집을 출발하여,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천안 밑의 정안 휴게소까지 달렸다. 군밤도 사서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출발하여, 전주에서 점심을 먹었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의 허가비(허수경 가마솥 비빔밥)라는 식당에서 육회 비빕밥을 먹었는데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수원 근처에서 먹던 것보다 맛있지도 않고, 옛날처럼 많은 반찬이 나오지도 않았다. 특히 아버님은 육회가 너무 질겨 전부 뱉어 내셨다. 좋지 않은 인상을 받은 전주를 떠나 순천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 남원 근처의 춘향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새로 지어진듯한 휴게소였고, 예날 이야기를 하며 커피 한잔을 마시고 여수의 오동도로 향했다. 오후 3시 30분경 오동도에 도착하니 여수에 온 느낌이 확 느껴졌다. 바다가 작은 호수처럼 산과 섬에 휩싸여 포근함을 주는 풍경이었다.
오동도와 여수 앞바다를 50분가량 운행하는 관광선이 4시 10분에 출발한다고하여 표를 끊고, 오동도로 가는 방파제 길을 아버님을 휘체어에 태우고 시원한 여수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관광선을 타고 여수시내의 실루엣과 오동도, 정착하고 있늨 많은 배들, 여수만의 풍경을 40분가량 구경했다.
오늘과 내일 묶을 팬션에서 짐을 풀고저녁을 먹으러 갔다. 젊은 친구들이 즐겨찿는 삼합 해산물에 소주하는 집으로 아버님과는 잘 맞지않아 약간 당황했지만 그러대로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수요일의 여수 날씨는 온화하고 햇빛도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상큼한 바닷바람을 맞으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여유롭게 맞이하는 아침은 원기를 북돋아준다.
천천히 준비하고 해장국집에 들러 아침 식사를 했다. 모듬 해장국을 시켰는데 국물이 맑고 시원했다. 아버님이 덜어주신 선지 및 고기까지 먹느라 조금 오버해서 먹었다. 맛있는 식사후 돌산에 있는 향일암으로 향했다.
티켓을 끊고 아버님을 고려해준 검표원의 덕택으로 향일암 바로밑의 조그마한 주차장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차로 올라갔지만 그 길은 무척 가파르고 걷기에 험난한 길이었다.
조그만 주차장에서 아버님을 휠체어에 태우고, 그곳에서 머무르려고 하고 있는데 개인택시 운전사분께서 장정한 사람들이 네명이나 되는데 모시고 가라고 한다. 한명은 뒤에서 밀고 두명은 앞에서 안전벨트의 양쪽을 잡고 당기면 쉽다고 방법까지 알려주셨다.
우리는 힘내어 아버님과 함께 향일봉에 올랐다. 이렇게 아버님과 함께 오른 향일봉은 남다른 느낌을 주었다. 멀리 아래로 보이는 여수만은 멋졌다.
향일봉에서 내려올때도 올라갈때처럼 조심해서 내려왔다. 차를 타고 내려오다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개인택시 기사가 알려주신 돌산의 끝자락에 있는 횟집에 갔다. 회는 신선하고 나오는 반찬들도 맛이 좋아 매운탕까지 맛있게 먹었다.
점심후에는 어제 걷지 못한 오동도를 한바퀴 돌고, 오후 느즈막히 돌산공원에서 산책을 하다가 5시경 케이블카를 타고, 석양과 어우러진 여수 시내와 여수 앞 바다의 멋들어진 풍경을 즐기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여수 엑스포 힐 스테이트의 앞에 있는 국수집에서 간단히 모밀국수를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맥주를 한잔씩하면서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목요일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 역시 날씨가 좋았고 숙소 앞에 펼쳐진 거북선 대교와 여수만의 풍경은 아름다웠다.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면서 여수와는 이별하고, 순천으로 향했다. 순천으로 가면서 여수의 조선제일 국밥이라는 식당에서 모듬 국밥을 먹었다. 국물이 맑고 정갈했으며 약간의 선지와 돼지 고기도 맛이 있었다.
순천에서의 시작은 순천만 국가 정원을 관람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2023년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열리는 세계 국가 정원 박람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문으로 들어가서 주변을 구경하고, 스카이 큐브를 타고 순천만 습지를 보러 갔다. 한참을 달린 스카이 큐브를 내려, 갈대 열차를 타고 2키로미터 정도 가면, 드넓게 펼쳐진 갈대 습지가 나나타고, 그 습지 속을 다닐 수 있게 만들어진 나무 다리길을 따라 걸으면서 갈대와 철새들을 볼 수 있었다. 소니 카메라를 가져왔으면 좋았을 걸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갈 정도로 멋진 풍경이었다. 아버님도 휠체어를 타고 함께한 정말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다함께 인증 샷도 찍으면서 아쉬운 순천만 습지를 뒤로하고 다시 갈대 열차와 스카이 큐브를 타고 국가 정원쪽으로 왔다.
인터넷을 뒤져 도원경이라는 짱둥어 매운탕집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짱둥어는 민물의 메기 비슷한 어류로 기대가 커서 그런지 그냥 그저 맛있는 점심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힘을 얻어 다시 순천만 국가 정원의 동문쪽으로 들어가서 각 국가별 정원들을 살펴보며, 정원의 중심부쪽에 높게 만들어진 언덕 네게중에 두번째로 높게 보이는 언덕을 아버님과 함께 올랐다. 위에서 바라본 정원의 풍경은 넓고, 아름다웠다. 아버님도 처음 타보는 휠체어 덕분에 높은 곳까지 올라와 함께하는 것에 흡족해하셨다. 역시 누님의 휠체어 아이디어는 여행에서 많은 새로움을 느끼게 했다. 신의 한수였다.
노을이 질무렵 순천의 새로운 숙소로 돌아와 방을 확인하고 근처의 순천만 갈대밭 식당이라는 곳에서 꼬막정식을 먹었다. 아직 여행객들이 적어서 그런지 반찬들도 신선하지 않고 맛도 그런 정도의 식사였다. 식사후 식당주인이 준 연시감 두개는 시골의 인심을 표하는 무언의 감사함이라고 느껴졌다. 숙소로 돌아와 핸드폰을 찿으니 없어서, 동생 대수가 전화를 걸어보니 저녁먹은 식당의 아저씨가 받아, 다시 한번 그 시당을 방문하게 되었고 핸드폰을 찿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숙소로 돌아와 또 한잔의 맥주를 하께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금요일, 여행의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고, 오늘도 날씨는 신이 준 선물처럼 맑았다.
숙소를 나와 순천 민속마을이 있는 곳으로 40분 가량을 달려, 민속마을 내에 있는 음식점에서 잔치국수를 먹었다. 나름 깔끔하고 신선한 맛의 음식이었다.
식사후 민속마을의 곳곳을 아버님의 휠체어와 함께 구경했다. 규모는 작지만 실제 사람이 살면서 운영되는 민속마을이었고, 민박이 가능한 집도 많이 있었다.
잘 익은 감이 감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있는 것도 정겨움을 더 했다.
구경을 끝내고 아침식사를 했던 곳에서 파전과 막걸리를 먹고 수원의 집으로 향했다.
오다가 공주 근처의 이인 휴계소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천안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사서 먹으면서 5시경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동신아파트에 장이 열리고 있었다. 여느때처럼 아버님이 선호하시는 닭강정과 김밥을 사서 맥주 한잔을 하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아버님은 이번 여행으로 삼년은 젊어진 느낌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제일 좋았던 곳은 순천만 습지의 갈대밭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셨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기제사를 위해 우리 남매들이 만나 매년 아버님과의 여행을 하고 있지만 이번 여행은 휠체어 덕택에 아버님도 많이 함께한 멋진 여행이었다.
아버님의 건강함 덕택에 이렇게 여행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우리 남매 모두가 지금 이렇게 건강함에 또 한번 감사하다.
November 18 2022. Donsoo Han, seami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