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처럼
나의 청소년기를 보낸 곳은 수원이다.
회사에 취직하고 사회생활을 취직하면서, 빠르게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우리들의 만남은 점점 더 어려워져 갔다.
서로 알게 모르게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최선을 다하여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사명을 알게 모르게 실천하면서, 가정을 위해 살면서 우연히 잠시 만난적도 있지만 엄청나게 바빴던 자신의 삶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2022년 나이 65세가 되어 어머님의 2주기와 92세로 연로하신 아버님과의 시간을 위해 11월 1일 한국에 와서 가까이 함께하던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니 고등학교 동창회를 졸업학고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35명정도의 인원이 모였는데 얼굴은 물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 10여명이 넘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많은 친구들이 올해 처음으로 참석했다고 했다. 나이가 들다보니 떠났던 연어가 자기가 떠났던 곳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인간도 인생의 항해를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것이 비슷한 자연 현상이라고 생각되었다.
정말 모처럼 유쾌한 술자리를 함께한 기분이었다.
동창회가 끝나고 정겨운 친구 몇몇과 맥주 한잔을 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야기를 하다 진한에게서 중학교때 같은 반이던 우상선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다.
상선에게 전화를 하니 12월 16일에 중학교 반창회를 한다고 한다. 1975년 말에 보고 47년만에 볼 친구들이 기대된다.
이에 앞서 12월 9일에는 초등학교 동창회를 한다고 한다. 작년에 왔을 때 한번 참석하긴 했지만, 올해는 또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을 기대에 부푼다.
12월 9일 저녁 5시.
수원 북중학교 앞의 고기집에서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렸다. 작년에 참석했을때와 거의 같은 수준인 11명의 인원이 모였다. 산의초등학교에서는 1년만 다니고 졸업해서인지 반갑기는 했지만 서로 얼굴도 잘 모르겠고 모든 면에서 공감이 잘 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젠 동창회보다는 공감이 되는 친구와의 만남을 갖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16일 저녁 7시.
중학교 반창회가 있는 날이다.
먼저 전화로 연락된 영흠이와 모임장소 근처의 찻집에서 5시 30분에 만났다. 적어도 20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보지 못한 탓인지 백발이 되어버린 영흠이를 조금 머뭇거리다 알아보았다. 멋지게 예술가처럼 나이 든 친구의 모습이 건강하고 좋아 보였다. 60세에 은퇴하고 요즈음은 백두대간을 산행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것은 과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이야기로 조심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기로 했다.
6시 반경 찻집을 출발하여 동창회 모임 장소로 아동했다. 약간 일찍 도착한 탓인지 4명의 동창들이 와 있었다. 이름과 중학교때 모습이 좀 남아 그래도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 나머지는 많은 기억을 되새긴 후에 그들의 이름과 중학교때 모습을 생각해내고 지금의 모습이 너무 많이 변해있다고 생각했다.
한명씩 오면 그의 이름과 모습을 생각해 내곤 했다. 약 50%정도는 중학교때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키 순서로 번호를 메긴 탓에 같은 번호 부근의 사람들은 알아보기가 훨씬 수월했다. 특히 앞 부분의 키가 작았던 사람들은 잘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약 50년만에 처음 만난 것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면서 가끔은 생각이 났던 친구중 차가실이란 친구는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간암에 걸려 10여년 전에 사망했다고 했다. 괜실히 인생을 한번 산다는 것이 가볍고 그렇게 너무 무거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거쳐가는 것임을 또 한번 되세겨 보게 한다.
또 그렇게까지 그리던 친구를 50년만에 만나 그가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슴을 확인하는 순간, 헤어짐은 또 이루어지고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를 그날을 어렴풋이 그려보면서 자기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간다.
2022년 12월은 내 인생에 있어 기억 속에 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했다.
거의 모든 친구들이 은퇴하는 시점인 65세가 된 나이에...
생각해보면 인간도 연어처럼 자기가 태어나고, 자랐던 곳으로 모여드는 모양이다. 이제사 자기 인생에 있어 자심만의 시간을 갖을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리라.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건강히 살아온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자연처럼 모든 것을 초월한 듯, 겸허한 마음으로 차분히 살아가자.
December 19 2022. Monday
Donsoo Han, seami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