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어머님 3주기, 기억의 끝에서 (시)
한돈수
2025. 6. 10. 00:31



어머님의 3주기, 기억의 끝에서
2023년 11월 13일 – Donsoo Han
어머니,
저 세상으로 떠나신 지
어느덧 세 해가 흘렀습니다.
이제 그곳에서도
아장아장 걷다
말을 배우는
세 살 아이가 되셨겠지요.
우리가 세 살까지
엄마 품에 안겨 자랐듯,
이 삼 년 동안
우리도 어머니를 가슴에 품고
정성껏 보살피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삼년상은
단순한 옛 풍습이 아니라
사랑의 완성이고
기억의 순례입니다.
2020년 11월 9일,
이별 이후
해마다 11월 8일이면
아버님을 뵙고
어머님 제사를 위해
먼 토론토에서 한국으로 왔습니다.
그 덕분에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났고,
멀리서 외롭게 살아오던 나날이
조금은 사람 가까운 삶으로
바뀌었습니다.
어머니는
떠나신 후에도
그 크신 사랑으로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이제는 그 기억의 끈을
조금 느슨히 풀어드릴 때라 생각합니다.
삼년이 된 오늘,
조금 더 자유롭고
조금 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삶은 유한하고,
죽음은
무한한 비존재로 향하는 길목.
어머니,
삶의 끝자락이
힘드셨을지라도
우리 눈엔
그 마지막이 짧고 평온했기에
저는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살겠습니다.
감사하며,
인내하며,
사랑하며.
이틀 뒤,
저는 다시 토론토로 돌아갑니다.
유한에서 무한으로,
존재에서 비존재로
건너가신 어머니,
그 길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평화로움
마음껏 누리시길 바랍니다.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합니다.
엄마…
끝없는 사랑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