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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의 변수, 삶의 지혜 (시)

한돈수 2025. 6. 12. 09:07



하늘길의 변수, 삶의 지혜
          2024년 9월 30일 — 돈수 한, 해 심

딸은 에어캐나다에 근무한다
그 덕에 나는
하늘을 가볍게 건넌다
추억도 비행도
그녀 덕에 조금은 더 가까웠다

그러던 여름
하늘 위에 구름이 몰려들고
조종사들의 외침이 들렸다
처우, 임금,
그리고 결국—파업

9월 17일,
하늘이 닫힌다는 소식
사람들은 당황했고
정부는 침묵했고
사측은 직장을 걸어 잠갔다

긴장 속
이틀을 남기고 극적인 타협
숨죽였던 사람들,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돌아온 25퍼센트 할인의 위로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9월 23일—
오랫동안 마음을 눌러온 집을 팔았다

기적처럼
그 집을 사랑할 사람이
때마침 찾아왔다
모든 일엔 때가 있는 법이다

마음이 가벼워져
아내와 계획했던
결혼 40주년 홋카이도 여행,
그리고 아버님 뵈러 한국으로 가는 길을
다시 그려본다

예전처럼 딸에게
10월 9일의 비행기표를 부탁했지만
하늘은 이미 만원이었다

그제야 떠올랐다
얼마 전의 25퍼센트 할인
뉴스로만 들었던 일이
이렇게 내 앞에 훅 들어오다니

삶은
뉴스와 떨어져 있지 않다
세상의 일들은
언젠가 내 삶을 스친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 삶과의 거리를 가늠해야 한다

변수를 읽고
흔들리지 않게 준비하는 일
그것이
정보의 홍수 속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 아닐까

오늘도 조용히
이 하루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