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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는 말 (시)

한돈수 2025. 6. 16. 22:36



오빠라는 말
  
     - June 15 2025. Donsoo Han, Seamind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처음부터
너는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그 이름이 참 좋았다

연애 때도
결혼 후에도
넌 나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는 괜찮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가끔
그 말이 듣고 싶었다

그 말에는
누군가에게 기댈 줄 아는
작은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를 지켜주는
어떤 남자가 있었으니까

세월이 흐른
50대 중반의 어느 날
장난처럼 말했지
“한 번만 오빠라고 불러주면 안 돼?”

넌 웃으며 대답했다
“음….... 지금은 좀 어색해” 하면서
오빠~~~ 라고 불러줬지

나는 그냥 웃었고
그 말이 가슴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60대 후반이 된 어느 날에도

기분이 좋을 때
마음이 부드러워졌을 때
네가 가끔
장난어린 어조로 나를 부른다

“오빠…”

그 짧은 두 글자에
나는 다시
네 앞에서
든든한 남자가 된다

그 말 하나에
세월이 말없이 녹고
나는 마음 깊숙이
젊어지는 걸 느낀다

그래,
이제는 자주 듣지 않아도 좋다
가끔, 아주 가끔
네가 기분 좋을 때 불러주는
그 한 마디면

나는
세상의 모든 말을
다 들은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