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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의 추억 (시)

한돈수 2025. 6. 17. 04:25



정아에게 – 송지호의 여름

정아,
기억나지?
우리가 처음으로 단둘이
송지호 해수욕장에 갔던 1984년 여름.

뜨겁던 햇살도,
바다의 소금기도,
네 웃음 앞에선
모두 순해지고 투명해졌지.

그때 우리는
젊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가능할 거라 믿었고,
서로의 눈빛 하나로
세상이 충분했지.

모래 위에 앉아
너와 바라보던 수평선,
그 끝에는
우리의 미래가 아른거리고 있었지.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2021년 겨울,
나는 다시 그 바다를 찾았어.

모래엔 발자국 대신 눈이 쌓였고,
파도는 조용히, 조용히
그날의 기억을 데려왔지.

나는 그 해변에서
젊은 정아와 나를 보았어.
쏟아지는 햇살 속에서,
마주 웃던 우리를.

여보,
그날의 불꽃은
시간 속에 묻히지 않았어.

지금도 내 마음 한가운데,
그 바다는 출렁이고 있어.
젊음은 지나갔어도
그 사랑은 여전히
따뜻하고 반짝이고 있어.

그때처럼
손 잡고 바닷가를 걸으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우리의 삶을 멋지게 살자.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 해심이 정아에게

   June someday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