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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시)
한돈수
2025. 6. 18. 21:03



죽음에 대하여
- June 17 2025. Donsoo Han, Seamind
죽음에는 종류가 있다
나의 죽음 — 고요히 닫히는 마지막 문
너의 죽음 — 가슴 깊은 곳에 남는 떨림
그들의 죽음 — 신문 한 귀퉁이 잊혀진 이름
우리의 죽음 — 함께 지은 시간의 집이 무너지는 소리
죽음은 단지 끝이 아니다
삶이 남긴 자취, 그 무게를 되묻는 시작이다
동물의 죽음은
대개 희생이라 불린다
입을 닫은 채, 소리 없이
우리의 필요 아래 쓰러진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자신의 수명대로 조용히 살아내고
아무도 모르게
숲속 어딘가, 그림자진 구석에
몸을 눕히고,
세상과 작별한다
울지 않고, 외치지 않고
자기 생의 끝을
홀로 받아들이는 그 고요함
그것은 우리 인간이 배워야 할
가장 깊은 존엄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죽음도
그렇기에 희생이기를
탐욕의 끝에서가 아닌
사랑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작별이기를
나를 넘어 너를 위한
물러섬이기를,
내 삶의 마지막 페이지에
누군가의 새 아침이 적히기를
어떤 죽음은 울림을 남기고
어떤 죽음은 노래가 되며
어떤 죽음은 기억 속 기도로 남아
다시는 그런 비극이 없기를,
마음 속 촛불이 되기도 한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누군가의 등불이 되기를
나는 바란다
죽음에 대하여 말할 때
우리는 사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