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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과 설렘 사이 (시)

한돈수 2025. 6. 20. 22:02




평온과 설렘 사이

   - June 19 2025. Donsoo Han,  Seamind


평온은
햇살 드는 창가처럼
조용히 하루를 감싸는
따뜻한 담요 같다.

늘 같은 길,
같은 찻잔,
같은 인사말.

반복되는 시간이
안심이 되고
익숙함이 위로가 된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가슴 한켠이
두근거리길 바라게 된다.

잊고 지냈던 설렘,
처음처럼 숨이 벅차오르던 순간을
내 안에 다시 불러내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는
평온을 살짝 접어두고
낯선 길 위에 오른다.

비행기의 이륙 소리,
아내의 손을 다시 꼭 잡는 그 감촉.
처음 보는 골목,
처음 맡는 바다 냄새.

그 모든 것이
내 안에 잊고 있던 생의 불꽃을
조용히 다시 일으켜 세운다.

설렘은
잠잠한 호수에 떨어진
작은 빗방울 하나.

고요한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피워낸다.

평온만으론 다 채울 수 없고,
설렘만으론 오래 머물 수 없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가장 깊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