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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칠석, 나의 생일에 (시)

한돈수 2025. 6. 22. 07:36




칠월 칠석, 나의 생일에

  – Donsoo Han의 67번째 여름날을 기리며


새벽 다섯 시 반,
알람 소리에 눈을 뜨자
곁에 누운 아내의 온기가
내 품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녀는 바쁘다,
해야 할 일이 있는 듯
벌떡 침대에서 내려선다.

나는 오늘,
하이킹 모임에 커피를 사가는 날.
이불을 개고, 세수를 마치고
거실로 나가니
아침 식사와 미역국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생일 축하해요."
그 한마디에
잠시 잊고 있던 오늘이
나의 날임을 기억해낸다.
고마워요,
나지막한 인사와 함께
따뜻한 국물로 하루를 연다.

6시 45분,
맥도날드에서 커피통을 들고
한인회관에 도착하니
멤버들과 맥반석 계란을 나누며 웃음꽃.
상쾌한 바람 속,
24명의 발걸음이
숲길을 따라 흐른다.

장을 보고 돌아와
프랑스 올림픽, 여자 단체 탁구의 동메달,
TV 속의 환호를 함께하며
아내의 콩국수로 점심을 채운다.
'감사합니다'란 드라마 뒤엔
맥도날드 아이스크림과 커피 한 잔,
GRANGE PARK 산책길 위
솔솔 부는 바람이
나의 맨다리를 살며시 감싼다.

벤치에 앉아
아이들과 손주에게서 온
생일 축하 메시지,
영상 속 유비와 로아의 재롱에
웃음이 터진다.
덩달아 마음도 환해진다.

저녁엔 당면을 사다가
잡채를 만드는 아내 곁에서
샤워를 마치고
이 글을 써내려간다.

지구 반대편에서 맞는
67번째 생일,
칠월 칠석의 여운을 안고
고요한 감사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함께 있어줘서 고맙고,
건강하게 살아줘서 고맙고,
이 모든 게,
너무나 고맙다.

다음 날의
가족 바베큐 모임.
하루, 유비, 율, 로아…
내 사랑하는 작은 별들,
한글로 써 준 생일 카드와
화장품, 쇼핑 카드보다
더 귀한 마음을 선물해주었다.

비는 내렸고,
바베큐는 물거품이 되었지만
전 부치며 나눈 웃음과
팬에 구운 갈비와
돌아가는 손에 들려준 음식들엔
서로를 향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가족이란,
이렇게 작은 것에
큰 마음을 담아
나누는 존재.

오늘도 나는
조용히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