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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규정, 나는 누구인가 (시)
한돈수
2025. 6. 22. 22:15


존재의 규정, 나는 누구인가
- January 2024. Donsoo Han, Seamind
나는 누구인가
이름 석 자로 불릴 때, 그게 나일까
나이의 숫자 속에 쌓인 시간들이
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지문 하나, 눈동자의 색,
머리카락에 감춰진 DNA의 나선들
그 속에 내가 고요히 누워 있을까
아니면 그저
우주 먼지의 패턴에 불과한 것일까
바닷가에 앉아 조약돌을 하나 집는다
손에 쥐인 돌멩이 하나
파도에 닳고 햇살에 말라
형태를 잃고 또 다른 형태가 된 그것에게
너는 누구냐 물으면
그저 조용히, 따뜻하게 묵묵하다
나는 그 조약돌과 무엇이 다를까
물과 탄소, 칼슘과 질소
별에서 온 원소의 조합
죽어 다시 자연으로 흩어질 존재
그렇다면 나는,
정말 존재하는가
아니면 잠시 모인 입자들의 기억인가
하지만 나는 안다
이 순간,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햇살을 느끼고, 바람을 마시고
사랑을 생각하며 하루를 채워나가는
작은 의식의 떨림이
나를 ‘나’이게 한다는 것을
나는 규정될 수 없으나
살아내며 증명되는 존재
질문 속에 살고, 의미 속에 흐르는
하나의 물결, 하나의 숨결
오늘도 나는 묻는다
그리고 조용히, 살아간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의 끝없는 울림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