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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문명의 피라미드 (시)
한돈수
2025. 6. 27. 09:05

곤충 문명의 피라미드
- March 2024. Donsoo Han, Seamind
그들은 위대한 건축가다
침묵 속에서, 그림자 속에서
자신들의 도시를
피라미드의 형상으로 쌓아 올린다
돌도 아니고, 벽돌도 아니며
노래도, 기념비도 없다
그러나 개미들은 안다
비와 바람이 몰려오는 밤을 견디려면
구조엔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파리는 날기 위해 몸을 씻는다
청결은 예절이 아니라 시력이고
더듬이는 방향이며
먼지 한 알은 곧 재앙이다
그 작은 몸에, 세상의 모든 감각이
한 점 흠집 없이 살아 있어야 한다
곤충에겐 방어할 이빨도,
도망칠 다리도 모자라지만
대신 그들은 알고 있다
자신보다 더 거대한 위협을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인간은 포식자를 제거했고
스스로 신이 되었다
그러나 개미는 짐승들과
비와 불과 무게 속에서
하나의 길을 찾았다
그 길 위에서
수천 년 쌓아 올린 피라미드는
발끝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두려움보다
복원의 본능으로 다시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문명
소리 없는 역사
발밑의 그림자에서
작지만, 더 깊은 의지가 솟는다
그들의 피라미드는
결코 모래보다 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