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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시)

한돈수 2025. 6. 30. 21:56




철부지 (철不知)
  – 누구에게나 오는 기회를 잡는 지혜를 위하여

  -  June 29 2025. Donsoo Han,  Seamind


겨울 들판에 씨를 뿌리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아직 철을 모른다.
땅은 얼어붙어 있고, 바람은 거세지만
그는 지금이 봄이라 믿는다.
그래서 씨를 뿌린다.

철부지란
사계절의 흐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때를 모르는 사람.

봄이면 밭을 갈고 씨를 뿌려야 하고,
여름엔 김을 매며 땀을 흘려야 하며,
가을엔 열매를 거두고,
겨울엔 다시 긴 숨을 고르며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인생이 똑같은 순서로 철을 맞이하진 않는다.
어떤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과일을 따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눈보라 속에서 걷는 것부터 배운다.
시작점이 다르고, 속도도 다르다.
그래서 더 어렵다.

지금이 어떤 철인지
스스로 진단하는 일이 어렵다.
하지만 그 진단이 맞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분명해진다.
봄이면 시작하고,
여름이면 땀 흘리고,
가을이면 수확하고,
겨울이면 기다리면 된다.

철을 아는 사람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반드시 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철을 모르면
기다리지 못하고,
때를 놓치고,
기회를 흘려보낸다.

철을 아는 사람,
그가 철든 사람이고,
그 철을 짚어주는 사람,
그가 스승이다.

지금 우리는
누구의 계절 속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내 인생의 철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