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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른다는 것 (시)
한돈수
2025. 7. 4. 01:38

이름을 부른다는 것
- July 02 2025. Donsoo Han, Seamind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
가장 먼저 이름을 받고,
가장 나중에 그 이름으로 기억된다.
이름은 단지 부르기 위한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내 마음에 담았다는 증거이며,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사람은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인다.
돌멩이에도, 반려동물에도, 오래된 인형에도,
심지어 잊고 싶지 않은 꿈에도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것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것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그것을 내 안에 오래 두고 싶다는 욕망이다.
이름이 없는 것들은 쉽게 사라진다.
기억되지 못하고, 말해지지 못하며,
끝내 존재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니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그를 세상의 한가운데로 데려오는 일이며,
그와 나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이름을 부른다.
지나간 시간의 이름을,
가슴속 사람의 이름을,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희망의 이름까지.
그 모든 이름 속에
나는 나를 담고,
너를 담고,
살아 있다는 흔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