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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묘지의 비석 앞에서 (시)

한돈수 2025. 7. 6. 08:42




공원 묘지의 비석 앞에서

  - May 09 2023. Donsoo Han,  Seamind


손녀 로아를 데리러 간 아침,
영과 에글링턴 거리에서
아이를 태우고 돌아오는 길,
막히는 도로를 벗어나
나는 마운트 프레젠트 묘지에 들렀다.

고요히 서 있는 비석들,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이들의
이름과 숫자가 새겨져 있다.
그 이름들 위로
시간은 말없이 흐르고,
나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 잠시 멈춘다.

시간은 멈추지 않지만
우리는 그 일부만을 쓰고
조용히 사라진다.
모든 생명이 그렇듯이.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
정확히 모르기에
나는 이렇게 무심히,
그리고 평온히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대략 안다.
인생이라는 길의 길이를.
지금 내 앞의 비석엔
Sept. 30, 1892 ~ July 03, 1976

그리고 나,
July 07, 1957 ~ ???

언젠가 찍힐 마지막 숫자 전까지,
이 유한한 시간 속을
마음껏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