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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
한돈수
2021. 11. 12. 16:17
가산골은 말 그대로 윗쪽은 광교산 자락, 양쪽은 조그마한 야산 그리고 아래쪽은 윗 방죽, '참고로 아래 방죽은 지금의 원천 유원지이다.' 이 있는 조그마한 정겨운 마을이다.
살던 집의 주소는 경기도 용인군 수지면 상현리 이다.
그리고 남서쪽으로 산을 하나 넘으면 할아버지께서 살고 계신 큰집이 여수네라는 곳에 있었다. 그집의 바깥채 마루에 앉아서 보면 원천 저수지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명당이었다.
그 집에 큰아버지도 함께 살고 계셨는데 내 기억에 큰아버지는 깡 마르시고 언제나 술에 취한 모습으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있었다. 그곳은 한씨 집성촌으로 여수네 한씨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유년 시절, 할아버지는 가끔 한달에 한두번 정도 그 산 고개를 넘어 우리집에 오셨다. 오시면 어머님은 정성스레 식사를 준비하여 대접해드렸고, 우리 형제들은 할아버지의 턱에 난 긴 수염을 만지면서 할아버지께 재롱을 떨곤 했었다.
어스럼한 저녁이 되면 할아버지는 마차가 다닐만한 산길을 따라 돌아 가시곤 했었다.
내 기억 속에 할아버지는 항상 웃고 계셨고 화낸 모습은 본적이 없다. 할머니께선 내가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일찍 돌아 가셨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말쯤에 우리집은 수원으로 이사를 했고, 할아버지는 그 집에는 거의 오시지 않았다. 우리와의 만남은 제사, 명절등의 집안 행사가 있는 날 뿐이었다. 그래도 만나기만 하면 웃음으로 맞이해주셨고 우리 아이들은 증조 할아버지를 애햄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이렇게 정정하시던 할아버지도 연세가 드셔서 94세가 되던해, 내가 기아자동차에 다니던 때에 돌아 가셨다. 회사 사원들이 회사 버스를 타고 조문을 왔었는데 모두가 큰집의 위치가 너무 좋다고 감탄하던 기억이 난다.
할아버지
덕분에 저희 자손들 잘지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도 계신 저 세상에서 항상 평온하시길 기원합니다.
Oct. 28. 2021. 04:24
Donsoo Han, sea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