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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건, 숙성의 미학 (시)

한돈수 2025. 8. 9. 23:29


나이 든다는 건, 숙성의 미학

   - July 2021. Donsoo Han,  Seamind


행복은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자의 것

진정 원하는 것과
자신의 역량이
딱 맞닿는 순간

그때 삶은
고요하게 웃는다

부질없는 것을
가볍게 떨쳐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난다

그리고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 길이
저절로 열린다

늙는다는 것은
살갗 위에 쌓이는
세월의 먼지일 뿐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경험과 지혜가
은은히 빛나는 일

젊음이 모르는 깊이를
우리는
하나씩 쌓아간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건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
잃기만 하는 길은
세상에 없다

내가 얻은 것을
소중히 여긴다면
그 순간
또 다른 문이 열린다

적당함은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것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조용한 중심

게는
자기 등딱지에 맞는
구멍을 판다지

나는 지금
내 삶의 크기에 맞는
자리 하나를 조용히 파는 중이다

빈티지란
시간이 가꾸는 깊이

오랜 세월을 견뎌
향기를 품는 것

그런 의미에서
나이 들었다는 건

한 병의
오래 숙성된 와인처럼
지긋하고 고귀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