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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의 강을 건너며 (시)

한돈수 2025. 8. 14. 07:17


호칭의 강을 건너며

    - July 2021. Donsoo Han,  Seamind


이름은
강 위를 흐르는 조그만 배 같다.
세월이 바람이 되어 밀어주고,
사람들이 노를 저으며
다른 부두로 데려다준다.

어린 날,
나는 그냥 돈수야 였다.
햇살 가득한 골목에서
작은 외삼촌은 내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짱구라 불렀다.
그 장난 속에
웃음과 애정이 가득 묻어 있었다.

초등학교의 분필 냄새 속에서는
선생님의 부드러운 발음이
모로스 부호 똔스로 굴러왔고,
중학교 운동장에선
축구공과 함께 펠레 동생 걸레라는
어이없는 별명이
내 이름 옆에 얹혔다.

고등학교의 낯선 복도에선
성까지 붙은 한 돈수가 울렸고,
대학 캠퍼스의 가을 바람 속에선
친구들이 장난처럼 이름을 부르고,
세상은 조금 더 격식을 얹어
한돈수라 불렀다.

회사라는 거대한 건물 속에서
이름은 계단을 올랐다.
한기사, 한대리, 한과장, 한차장…
호칭이 달라질수록
책상 위 서류는 늘었고
내 어깨의 무게도 조금씩 변했다.
외부인과의 만남에서는
늘 정중하게 한돈수 씨.

젊은 날,
조그만 문학지에 호를 새기던 밤이 있었다.
바다 해(海), 마음 심(心), 해심.
세월이 흘러 산과 들을 오르며
그 이름은 영어 옷을 입고 Seamind가 되었다.
바람이 그 이름을 부르면
내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졌다.

집 안에서는
아내가 나를 돈수 씨, 혜진 아빠라 부르고,
둘만 남은 거실 조명 아래서는
살며시 오빠라 속삭였다.
그 부름 속에는
사랑의 온기와
나를 지탱하게 하는 책임감이 함께 있었다.

그리고 손주가 태어난 날,
새로운 이름이 내게 왔다.
할비, 할아버지.
그 부름은
세월의 향기와 웃음의 무게를 함께 품었다.

나는 안다.
앞으로도 이름은 변하고,
또 다른 부름이
나를 찾아올 것이다.

마지막 부두에서는
조용히, 조심스럽게,
누군가 이렇게 부를지도 모른다.
삼가 고인…
그마저도
내 삶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이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