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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역설 (시)

한돈수 2025. 10. 24. 23:45


여행의 역설

   -  October 24 2025. Donsoo Han, Seamind


사람들은 왜 여행을 가고 싶어할까.
그건 단순히 멀리 가고 싶어서가 아니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자신이 사라져버리는 순간,
우리는 낯선 곳으로 떠나
다시 *“내가 살아 있구나”*를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낯선 공기, 낯선 언어, 낯선 거리에서
감각이 깨어나고
자신의 존재가 다시 빛을 낸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학생도, 부모도, 직장인도 아닌
오직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간을 쪼개고, 돈을 모으고,
건강을 다독이며 여행을 떠난다.
삶을 잠시 벗어나기 위해,
자유를 잠시 맛보기 위해,
그리고 사랑을 다시 느끼기 위해.

하지만 길 위의 시간은 길고,
몸은 지치고, 마음은 흔들린다.
그때 문득 생각한다.
“이렇게 힘든 여행, 뭐하러 하는 걸까.”
낯선 도시의 밤이 길어질수록
집의 이불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시간이 지나면,
그 피로와 불편함은 희미해지고
기억 속에는 오직 한 장면만 남는다 —
트램의 종소리, 돌길의 감촉,
누군가와 함께 웃던 그 순간.

그리고 또다시, 마음 한켠이 근질거린다.
어딘가로 가고 싶다.
이번엔 다르게 보고, 다르게 느끼고 싶다.

여행은 결국
삶의 축소판이다.
떠날 때는 설레고,
지내는 동안엔 힘들고,
돌아오면 그리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떠난다.
세상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사라졌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나러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