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엎질러진 물 앞에서
- October 19 2025. Donsoo Han, Seamind
희망은
언제나 앞으로만 걷는다
그러나 회한은
뒤를 향해 웅크린다
물동이 하나,
그때는 너무 무거웠고
나는 너무 약했다
엎질러서는 안 될
그 순간의 물이
지금도 내 발밑에 고여 있다
슬픔은
자신의 힘이 빠져나간 자리에
구멍처럼 생겨난다
나는 그 속으로 빠져든다
마르크스는 말했다
“인간에게 사소한 일은 없다”
어떤 이의 혁명보다
내 등 한 줄기의 가려움이
더 견디기 힘들 수 있다
희망 없는 반항 속에
나는 내 무력함을 씹어 삼킨다
진즉 지나버린
그 선택의 시간에
다시 가고 싶다,
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이제는 다르다고,
나는 말한다
물동이를 들 수 있다고,
흘리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정말 그런가
내가 강해졌다면
왜 아직도 이 물 위를 맴도는가
왜 아직도
그 날의 그림자가
나를 따라오는가
회한은
늦은 밤, 닫히지 않는 창처럼
내 안에 남아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또 희망 없이
반항한다
엎질러진 물 앞에서
무릎 꿇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