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멸에 대하여
- October 23 2025. Donsoo Han, Seamind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사람 앞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자꾸만 다른 얼굴을 떠올린다.
조용히 물을 따라주는 손길,
타인을 배려하던 섬세한 마음씨,
지금 내 눈앞엔 없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어떤 따뜻함.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나는 눈앞의 사람을 지우고 있다.
존재하는 그를 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이를 상상하며,
내 정신은 미세하게 흔들린다 —
스피노자가 말한 그 ‘거의 동요하지 않는 상상’처럼.
나는 그를 경멸한다.
그리고 그가 나를 바라볼 때,
그 역시 알아챈다.
내 눈빛이 그를 통과해
아무것도 아닌 허공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사벨은 남편을 경멸하면서도
그와의 삶을 유지하려 했다.
비겁함은 결국 그녀 자신을
경멸하게 만들었다.
남을 미워하는 일보다
자신을 미워하는 일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 늦게 알았다.
누군가를 앞에 두고
다른 사람을 떠올릴 때,
그것이 바로 경멸이다.
경멸은 부정의 다른 이름이며,
슬픔의 그림자다.
경멸당하지 않으려면
내게서 슬픔을 느끼는 사람을
쿨하게 보내야 한다.
떠나보내는 일은 냉정이 아니라
자기 보존의 마지막 예의다.
누군가를 경멸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하지만 더 불행한 사람은
그 경멸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다.
경멸은 타인을 파괴하고
결국 자신을 무너뜨리는,
조용한 자해의 칼날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결심한다.
경멸의 자리에 용기를 두고,
부정의 자리엔 단절을 두리라.
사랑이 아니면, 차라리 침묵하리라.
그것이 나를 지키는 가장 단호한 온기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