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님의 하루
- November 04 2025. Donsoo Han, Seamind
새벽 다섯 시,
아직 어둠이 머뭇거릴 때
아버님은 하루를 여신다.
천천히 몸을 푸시고
물 한 모금, 과일 한 조각으로
잠에서 깨어나는 세상과 인사를 나눈다.
여섯 시 반,
아침 식사 후 약을 드시고
소파에 앉으신다.
그때, 베란다 창문 너머로
햇살이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온다.
눈이 부셔 가리개를 반쯤 내리고
햇살의 따스함만은 그대로 받으신다.
고요와 평화가 그 자리에 머문다.
여덟 시 반,
현관문이 열리면
아버님은 언제나 먼저 말씀하신다.
“어서 오세요.”
보호사님은 환한 얼굴로 손을 잡으며
“아버님, 잘 주무셨어요?”
서로의 인사가 아침의 빛처럼 맑다.
그 시간, 우리는
만석공원을 걷거나
작은 일상을 챙긴다.
보호사님이 돌아가시는 11시 반까지
세상은 조용히 흘러간다.
점심 무렵,
우리는 아버님을 모시고 외출한다.
오늘 아버님 마음이 가는 식당으로 향한다.
열 곳의 단골집 중 오늘의 한 곳.
그리고 식사비는 언제나
아버님 몫이다.
그것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고,
자식의 어색한 미소 속에 남는
아버지의 존엄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한 시,
담소 몇 마디 뒤에는
짧고 고요한 오수의 시간.
우리는 밖으로 나가
걷거나 커피 한 잔에 기대 앉는다.
네 시 반,
작은 간식과 한 잔의 반주.
해가 지면 저녁을 드시고
하루를 천천히 접는다.
아홉 시 반이면
이불 위로 하루의 숨결이 내려앉는다.
그리하여 아버님의 하루는
햇살로 열리고
인사로 이어지고
사랑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그 하루의 곁에서
시간이 얼마나 고운 빛으로 흐를 수 있는지를 배운다.
말없이 나이 들고,
고요 속에서도 품위를 지키는 법을,
아버님의 뒷모습에서 배운다.
그 평화로운 하루가
내게는 한 편의 기도요,
시간의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