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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아버님의 사색 (시)

한돈수 2025. 11. 9. 13:07


94세 아버님의 사색

  - November 05 2025. Donsoo Han, Seamind


아침 식사 후,
소파에 앉은 아버님.

창가로 흘러드는 햇살이
그의 어깨 위에서 잔잔히 숨을 쉰다.

눈을 감은 얼굴엔
평화와 조금의 고단함,
그리고 오래 묵은 생각의 그림자가 머문다.

그는 지금
무엇을 떠올리고 계실까.

세월이란 이름의 강을 건너며
그토록 많은 날들을 건져 올리셨는데,
이제는 그 강 위에
조용히 떠 있는 듯하다.

젊은 날의 얼굴들,
먼 길을 떠난 아내의 미소,
한때 작았던 아이들의 손길,
그 모든 것들이 햇살 속 먼지처럼 떠오른다.

이제 아버님은
무언가를 소유하려는 마음보다
그저 존재한다는 사실로
감사하고 계신 듯하다.

94년의 세월 끝에서
그는 아마 알고 계실 것이다.

삶이란 결국
붙잡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일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 아침,
그는 그저 눈을 감고
햇살 한 줌 속에 앉아 계신다.

그 평온함이
삶의 마지막 시 한 편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