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자공원의 세월
- November 17 2025. Donsoo Han, Seamind
수원에 작은 산 하나,
그 전체가 공원인 곳이 있다.
정자와 게이트볼장, 공연장과 운동기구들,
오솔길들은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숨 고르듯 이어진 정자 공원.
아버님은 예전엔
화·목요일 모임을 뺀 날이면
꼭 이곳에서 게이트볼을 치셨다고 한다.
어머님 살아계시던 그때에는
점심 뒤 산책 삼아 공원을 오르내리며
젊은 숨결을 챙기시곤 했다.
하지만 어머님이 떠나신 후,
아버님은 이제 영화동 모임만 나가시고
정자공원에는
식사 후 잠시 쉬러 오실 뿐,
멀찍이 서서
게이트볼 소리만 바라보고 돌아가셨다.
이젠 체력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는 나 혼자 공원을 찾았다.
아버님은 이제
이 길을 오르는 것조차 힘들어하신다.
그 사이 다섯 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월은 아버님의 몸에서 힘을 빼갔나 보다.
시간은 알게 모르게
생명의 불빛을 희미하게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하루하루는 느끼지 못해도
긴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나보면
그 변화가 선명하게 마음에 박힌다.
세월을 거스르는 생명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걸음이 느려지는 모습을
조심스레 받아들이며
그저 마음으로 곁을 지켜줄 뿐이다.
세월이 힘을 빼앗아 가도
사랑은 오히려 더 단단해져
그의 어깨를 다시 떠받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