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 같은 마음
- November 18 2025. Donsoo Han, Seamind
호수는
자신의 표면 위에 세상을 올려놓는다.
고요한 날이면
하늘을, 나무를, 갈대를,
저 멀리 산과 빌딩 숲을,
그리고 바라보는 나의 얼굴까지—
아무 요구도 없이
있는 그대로 품어 안는다.
마치 오래된 성인의 마음처럼.
그러나 바람이 이는 날의 호수는
다른 얼굴을 가진다.
물결이 흔들리고 부서져
그 무엇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가끔 비집고 들어오는 형체도
출렁임 속에서 유령처럼 흐려진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고요한 날엔 모든 것을 품어 내지만,
흔들리는 날엔 작은 바람에도
세상이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맑고 잔잔한 호수의 표면을 지키기 위해
날마다 마음을 닦는다.
하지만 세상의 풍파는
늘 우리 곁을 맴돌며
조용히, 깊게, 흔들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