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류동에서 다시 만난 친구
- November 27 2025. Donsoo Han, Seamind
오래 간만에
중학교 시절 가장 보고 싶은 이름, 종로를 만났다.
캐나다 이민을 앞두고
맥주 한 잔 기울이며 헤어졌던 그날 이후
세월은 강물처럼 멀리 흘렀다가
작년 삼사회에서 잠깐 얼굴을 비추고
올해에서야 비로소
둘이서 식사하고 한잔 기울일 시간을 만들었다.
세류동,
그가 살던 그 골목으로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니
콩을 까던 종로가
예전 그대로의 환한 얼굴로 반겨주었다.
처음 뵙는 그의 아내도
따스한 미소로 자리를 채웠다.
은퇴 후,
흙을 일구며 살아가는 그의 삶은
생각보다 넓고 깊었다.
농막 뒤편으로 늘어선
배·사과·자두·포도나무들,
내년이면 첫 열매를 틔울 거라며
아이처럼 들뜬 눈빛을 보였고,
앞마당에는 채소와 꽃들이
계절마다 고운 얼굴을 내밀었다고 했다.
우리는 차 한 잔 앞에 두고
중학교 시절부터
아이들, 손주들, 지금의 일상까지
숨 고를 틈도 없이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건강하게 살아온 친구를 바라보며
참 다행이다, 싶었다.
문득 떠오른 네 명의 친구—
조그만 공 하나로 축구하며 행복했던 그 시절.
종로, 나, 기윤, 그리고 가실.
하지만 가실이는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났단다.
중학교 졸업 후 다시 보지 못한 얼굴,
아이들을 가르쳤다던 그의 이야기만
희미하게 남아
가슴 한편이 아리고, 저려왔다.
해가 기울 무렵,
콩을 까며 이어진 대화는
메밀 정원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동창들의 이름을 불러내며
추억 속 길을 다시 걸었다.
모레면 종로 부부는
제주로 한 달 살이를 떠난다 한다.
서로를 살뜰히 챙기며
정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참 따뜻했다.
우리의 시간도
이렇게 한 번씩 이어지며
건강히, 기쁘게,
주어진 삶을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조용히 마음 한켠에서
오래도록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