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물과 무생물 사이에서
- November 28 2025. Donsoo Han, Seamind
11월의 햇빛이
호숫가 벤치 위로 가만히 내려앉는다.
바람은 한 줄기 손길처럼
갈대의 어깨를 살며시 흔들고
나는 그 사이에 조용히 앉아 있다.
낙엽은 제 그림자를 포개며 쌓이고
돌멩이는 흙 속에서
천천히 시간을 굳혀 간다.
호수는 말 없이 빛을 흘리고
타워 크레인은
하늘을 향해 느린 손짓을 한다.
모두가 침묵 속에서
제 자리를 지키는 무생물들.
그 앞에서
나는 흔들리는 갈대의 떨림을 보고
벚꽃나무가 잃어버린 잎과 꽃을 떠올리고
좁은 공기를 가르는 작은 새들의 선을 눈으로 따라간다.
그리고 살아 있다는 이유 하나로
이 글을 쓰는 나를 본다.
생물과 무생물,
무엇이 더 평온한가 묻는다면
아마 의지조차 없는 것들이
더 오래 고요할 것이다.
그러나 고요는 느낄 수 없고
평온은 품을 수 없으니
그 비교는 처음부터 닿지 않는다.
유한한 존재들은
무한을 꿈꾸며 흔들리고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기 위해
더 깊은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생존을 위해 날개짓을 하고
잠시라도 기쁨을 적기 위해
단어를 모아 문장을 만든다.
생물은 언젠가
무생물의 시간 속으로 스며들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볼 수 있음에
그 사실만으로 충분히 살아 있다.
그러니 오늘은
빛이 닿는 자리에서
바람이 속삭이는 쪽으로
조용히 마음을 세워두자.
담담하고 평온하게,
흘러가는 하루를 받아들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