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디미언에게
- December 25 2025. Donsoo Han, Seamind
고등학교 졸업 무렵
조약돌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처음 모였다
젊음을 즐겁게 보내며
이 시간이 오래가길 바랐다
웃음은 쉽게 터졌고
내일은 늘 멀게만 느껴졌지
그때 우리는
우정도 영원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믿었다
시간이 흘러
모임의 이름은
엔디미언으로 바뀌었고
각자의 삶도
조용히 서로 다른 길로 흘러갔다
나는 일본 주재원으로
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긴 시간을 밖에서 살았다
그 사이
함께하지 못한 결혼식도 있었고
잘 모르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하지만 돌아올 때마다
너희는 늘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언제나 반갑게 맞아들여졌다
은퇴한 뒤에는
해마다 한 번씩 한국에 오며
이제는
더 자주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오랜만의 만남 속에서도
어제 본 사람처럼
자리를 내주고
웃으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중 둘은
먼저 이 세상을 떠났다
그들의 빈자리는
말이 없었지만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인생이 무엇으로 남는지를
조용히 생각하게 되었다
함께 웃던 시간
기다려주던 마음
다시 만났을 때의 반가움
그것이 삶의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멀리 있었지만
우정은 멀어지지 않았고
세월은 흘렀지만
마음은 남아 있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았어도
돌아오면
언제나 같은 얼굴로 맞아주는 사람들
그것이
엔디미언이었고
내 친구들이었다
50년 동안
기다려주고
잊지 않아주고
함께 늙어가 주어서
고맙고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우정은
지나간 추억이 아니라
떠난 이들까지 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