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 상상이 멈춘 순간
- February 08 2026. Donsoo Han, Seamind
절망은
희망이 꺼진 어둠이 아니라
다른 길을 그려 보던 마음이
조용히 멈춘 자리였다
의심이 사라진 뒤에 남는 슬픔,
스피노자의 말처럼
가능성을 더 이상 묻지 않는
차가운 확신의 얼굴이었다
우리는
희망이 커서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장면에 스스로를 가두고
그 밖의 세상을 잊을 때
깊이 가라앉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최악을 상상하며 자신을 지키려 했고
어떤 이는
수치심 뒤에 숨어
마음을 방어하고 위장했다
그러나 절망은
희망의 반대편에서 오지 않았다
그것은
‘다른 모습의 나’
‘다른 길의 세상’을
더 이상 그려 보지 못할 때
조용히 다가왔다
촛불이 꺼져서가 아니라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렸을 때였다
절망은 어쩌면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상상력이 멈추었다는
가장 정직한 신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