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 늦은 새벽의 겸손
- February 18 2026. Donsoo Han, Seamind
코로나가 세상을 멈추던 때,
어머님은 2021년 11월 9일
한국에서 눈을 감으셨고
나는 토론토의 하늘 아래 서 있었습니다.
마음은 이미 바다를 건넜지만
몸은 비자와 절차와
국가 사이의 약속에 묶여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에 내려
또 한 번 멈춰 서야 했습니다.
검사와 대기,
보이지 않는 공권력의 벽.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한 인간의 사랑이
모든 시간을 이길 수는 없다는 것을.
우여곡절 끝에
수원의 아버님 집에 닿았을 때는
장례가 모두 끝난
때 늦은 새벽이었습니다.
불 꺼진 방 안에서
나는 비로소
작아졌습니다.
어머님.
죄송합니다.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나는 알았습니다.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음 앞에
고개를 숙이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고
모든 순간을 지킬 수도 없지만,
사랑했던 마음만은
거짓이 아니었음을.
자만과 절망 사이를 오가던 내가
국경 앞에서 멈추어
비로소 배우게 된 것.
인간은 작은 존재이지만
그 작음 속에서
사랑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새벽 이후
나는 조금 더 조용해졌고,
조금 더 겸손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