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해심, 나의 나침반 (시)

한돈수 2026. 6. 23. 23:50


해심, 나의 나침반

   - June 07 2026. Donsoo Han, Seamind


스무 살 무렵,
나는 내 마음에 작은 이름 하나를 지어주었다.

해심(海心),
바다 같은 마음.

높이 오르는 산보다
낮은 곳으로 흐르며
모든 것을 품는 물을 닮고 싶었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두 글자가
내 삶의 긴 여정을 함께할
나침반이 되리라는 것을.

세월은 쉼 없이 흘러
어느덧 칠십의 문턱에 다다랐다.

돌아보면
나는 늘 바다 같지만은 않았다.

마음이 좁아질 때도 있었고,
욕심에 흔들릴 때도 있었으며,
파도에 밀리듯
길을 잃은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삶이 복잡해질 때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질 때마다,
내 안의 작은 목소리는
언제나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해심.
더 넓게 품으라고,
더 깊이 들으라고,
더 낮은 곳으로 흐르라고.

생각해 보면
나는 해심을 완성하며 살아온 것이 아니라,
해심을 향해 걸어오며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바다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강물을 받아들이고,
비와 바람과 파도를 견디며,
조금씩 깊어지는 것이다.

이제 나는
오래전의 그 청년을 떠올린다.

삶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았던 나이에,
참 좋은 이름 하나를
마음속에 품어 두었다고.

그래서 오늘,
조용한 감사의 마음으로
그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해심.

평생 나를 이끌어 준
나의 나침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