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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 부끄러운 시선 너머 (시)

한돈수 2025. 6. 19. 23:11





애기봉, 부끄러운 시선 너머

   - June 18 2025. Donsoo Han,  Seamind


안개 어린 강 너머
북녘의 산이 조용히 누워 있다
지척이라지만
걸어갈 수 없는 거리,
마음으로조차 넘기 힘든 경계.

나는 이 땅에서
전쟁의 기억도, 분단의 세월도
세월 따라 지워질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그 벽을 지우지 않았고
우리는 그 틈에 안주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지혜로웠더라면
조금만 더 진심을 모았더라면
이 강은 또 다른 흐름이 되었을 것이다
하나된 희망의 물줄기로.

독일도
철조망을 걷고, 손을 맞잡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서로에게 등을 지고
분노와 의심만을 키우고 있다.

정치는 분열을 키우는 기술이 되었고
사람들은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진실을 잃은 채
자신만의 소리를 외친다.

나는 이 세월을 지나
이 강가에 서 있다
창피하다,
이 시대를 산 한국인임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화해도, 평화도 갖지 못했기에.

그러나 부끄러움이
그저 절망이 되어선 안 되기에
이 가슴 속 뜨거운 회한을
작은 기도로 남긴다

부디, 너희는
벽보다 다리를 놓는 사람이 되어다오
총 대신 말로
증오 대신 노래를 부르며
서로의 땅을 향해 걸어가다오.
서로가 하나되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