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12년부터 다니던 야호 하이킹 모임에 그가 참여했을 때이다.
맨 처음 야호 하이킹을 만든 한야(김형근)가 바람(서은섭)집을 수리해주러 갔다가 인연이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주: 하이킹 모임에서는 본명 대신 닉네임을 쓴다.)
처음 본 그의 인상은 작고 탄탄한 체구에 과묵하고 나이는 나와 동갑인 고독감이 약간 풍기는 친구였다.
우리는 나이도 같은 탓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매주 토요일의 하이킹을 하였다.
나는 비지니스를 하고 있었고, 그는 한국에서 KBS를 퇴직하고 와서 캐나다에서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았기에 어떤 비지니스를 해볼까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제 은퇴할 나이인데 무슨 일을 시작하냐고 지금 갖고 있는것 잘 지키면서 건강하게 사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말하곤 했다.
와이프도 같이 걷자고 하니 지금은 토요일에 일을 하고 있어서 안된다고 하여 상황이 되면 같이 걷자고도 했다.
캐나다에서의 한가한(?) 일주일을 보내고 우리와 함께 하는 토요일의 하이킹은 그에게도 자연의 싱그러움과 즐거움, 삶의 여유와 행복감을 주는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조용히 생각에 잠겨 걷기도 하면서.
2020년 3월 중순, COVID-19이 우리의 삶을 덮쳐, 락다운이 되어 하이킹도 중단되고 우리의 만남도 중단되고 이런 저런 사유로 그를 본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카톡으로 2020년 연말 인사를 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자고 했다.
코로나의 지속됨으로 폐쇄된 삶을 살다 2021년 연말 인사를 보냈는데 읽지도 않고 답이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있다가 2022년 2월, 피터림님과 하이킹을 하면서 바람이 작년 5월에 폐렴증상이 있어 치료하러 한국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폐렴이면 요즈음은 병도 아니기 때문에 돌아오면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3월 30일에 바람이 작년 6월 17일 아침 7시에 그것도 캐나다에서 악성림프종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충격이었다.
친구를 둘이나 먼저 보낸 나로서도 아주 큰 충격이었다. 내 친구들은 조금이나마 전조가 있었다. 하지만 바람은 잘 걷고 잘 지내다 작년 봄, 산마늘(명이나물)도 함께 뜯으러 갔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죽음을 맞이 하다니.
사람이 태어나 죽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그래도 건강하게 평균 수명까진 살아야지.
바람은 선하게 살아서 조금은 짧지만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 간것 같다.
친구야. 잘 가라.
네가 살아 온 삶의 흔적은 세상 여기 저기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너무 외로워 말고.
(March 31 2022 Donsoo Han, sea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