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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누구의 얼굴인가 (시)

정의는 누구의 얼굴인가 - August 2023. Donsoo Han, Seamind 정의는저울을 든 여신이라 배웠지만눈 가린 얼굴은누구의 진실을 못 본 것일까. 법이라 불린 칼은언제는 죄인을 베고언제는 억울한 이를 찔렀다.정의는그날의 권력과 입맞춘 채그 이름을 바꾸어 불렸다. 어제의 정의가오늘의 부끄러움이 되고오늘의 외침이내일의 교과서가 될 때,우리는 겨우 묻는다. 정의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누가 정한 법이며,누구는 왜 제외되었는가. 정의는기울어진 운동장에 엎드려자기 차례를 기다리는작은 목소리일지 모른다. 그래서 정의는끝난 것이 아니라지금도 쓰이고 있는불완전한 시(詩). 우리는그 시에 한 줄 덧붙이는몫을 가진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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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아버지를 바라보며 (시)

93세 아버지를 바라보며 - July 18 2023. Donsoo Han, Seamind 아흔셋,세월이 만든 숫자 앞에나는 고개를 숙입니다 당신은 아직도묵묵히 혼자서몸의 고장을 고치고밥값을 먼저 내시고미소로 우리를 안심시키십니다 그 작은 지갑 안에는돈보다 무거운 것이 있습니다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한평생의 다짐,아버지로서의 자존 나는 오늘도당신을 바라보며 배웁니다사랑은 말없이 내어주는 것존엄은 남에게 기대지 않는 것늙는다는 건점점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점점 더 깊어지는 것 나는 언제쯤당신처럼 될 수 있을까요자식 걱정 덜어주며살가운 말보단묵묵한 손짓으로사랑을 건넬 수 있을까요 그 길이 멀고도 외롭겠지만나는 그 길을 향해한 걸음, 또 한 걸음당신을 닮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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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것, 제일 좋아하는 것 (시)

가장 좋아하는 것, 제일 좋아하는 것 - July 10 2025. Donsoo Han, Seamind 하루, 유비, 율, 로아야,할아버지는 종종 헷갈린단다.가장 좋아하는 거랑,제일 좋아하는 게 뭐가 다른지. 가장 좋아하는 건너희가 처음 “할아버지”라고 불러준 그 날,두 팔 벌려 안아주던 그 느낌이야.말은 안 했지만,그건 마음 깊이 오래 담긴 보물이지. 제일 좋아하는 건지금 이 순간,네가 뛰어와 안기며 말하는 거야."할아버지, 나 이거 제일 좋아!"그러면 나도 같이 웃게 되지. 가장은조용한 밤하늘 속 별빛 같고,제일은햇살 가득한 놀이터의 웃음 같아. 할아버지한테는너희가 가장 고마운 선물이고,함께 있는 지금이 제일 행복한 순간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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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란 질문 앞에서 (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란 질문 앞에서 - July 18 2023. DonsooHan, Seamind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 묻는다면나는 한참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겨울 저녁,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탕을 함께 나누던그 사람의 눈빛을 기억하고봄 소풍 날,풀냄새 배인 김밥을 나눴던 들판의 햇살이 떠오른다 그러니 나는맛을 묻는 질문에 마음을 먼저 대답하게 된다 그 날의 기온과함께 앉은 식탁의 거리와한 입 베어문 순간의 공기가음식보다 더 짙게 혀끝에 남으니 ‘가장’이라는 말이내게는 마치 틀 안에 나를 넣으려는 것 같아그저 웃으며 말없이 젓가락을 든다 나는 오늘도그때 그 자리의 마음을 먹는다그리고 그 맛을다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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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와의 두 달 (시)

로아와의 두 달 - July 01 2023. Donsoo Han, Seamind 데이케어 가기전정해진 두 달짧다면 짧고길다면 긴 하루하루18개월 로아는 자랐고나는 젊어졌다 맑은 눈빛해맑은 웃음 그 옆에 있던나도 웃었다 2년 전언니 유비와의 시간이살며시 겹쳐졌고 이번엔조금 더 잘하고 싶었다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래서,우리는 정말친해졌다 이젠 끝났지만내 마음엔 아직도로아가 웃고 있다로아와 함께 걷던 날들 - July 01 2023. Donsoo Han, Seamind 생후 18개월인 로아겨우 걷는작은 발 가장 낮은 미끄럼틀에서세상을 다 가진 듯웃었다 스쿠터에 올라서서핸들을 잡으면나는 로아를 실은 채조심스레 끌면서마을을 산책했다 개를 보면 멈추고사람을 보면 멈췄다가만히,말없이 그 뚫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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