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세 아버지를 바라보며
- July 18 2023. Donsoo Han, Seamind
아흔셋,
세월이 만든 숫자 앞에
나는 고개를 숙입니다
당신은 아직도
묵묵히 혼자서
몸의 고장을 고치고
밥값을 먼저 내시고
미소로 우리를 안심시키십니다
그 작은 지갑 안에는
돈보다 무거운 것이 있습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한평생의 다짐,
아버지로서의 자존
나는 오늘도
당신을 바라보며 배웁니다
사랑은 말없이 내어주는 것
존엄은 남에게 기대지 않는 것
늙는다는 건
점점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깊어지는 것
나는 언제쯤
당신처럼 될 수 있을까요
자식 걱정 덜어주며
살가운 말보단
묵묵한 손짓으로
사랑을 건넬 수 있을까요
그 길이 멀고도 외롭겠지만
나는 그 길을 향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당신을 닮아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