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내 외손녀이다. 태어난지 4년 3개월정도 지났다. 어느 날,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쪽에도 저쪽에도 있음에 의문이 들어서 나에게 말했다. 하루는 할아버지가 또 있다고.
'하루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두명씩 있단다. 여기 할아버지, 할머니는 엄마의 아빠, 엄마고, 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빠의 엄마, 아빠란다.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서 하루가 태어난 거야.'
하루가 말했다.
'그럼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때 하루는 어디 있었어.'
응 어디있었을까. 잘 모르겠는데...
하루가 말했다.
'아마 하루는 구름이었다가 여기에 왔었을 거야. 할아버지, 할머니'하면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 갔다.
난 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했다.
내가 하루만한 나이였을 때, 이런 생각을 했을 수 있을까. 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을까.
내가 잉태된 그 순간의 난자와 정자는 어디에서 있다가 생겨나서 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걸까.
어디서 보았던 원자설에 마음이 쏠린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원자의 화합물이고, 현재까지 밝혀진 106개의 원자들은 최초에 빅뱅에 의해 생겨 났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생물과 무생물을 이루던 원자들도 다시 하나의 원자가되어 또 다른 화합물로 생겨나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이 우주의 생성이론이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불완전하고 불안정적인 생물의 상태로 생겨난 인간이 서로 안정적으로 살아가기위해 발버둥치며 노력하는 것이 인생, 즉 삶이란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지만 이룰 수 없는 것이 완전한 삶이란 것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죽음은 안정적이고 완전한 상태의 존재로 가는 자연스러운 길이고, 변화이기에 가볍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정신적인 영혼은 비 물질적으로 남아 존재하며, 내가 알던 다른 사람들의 죽음과 함께 천천히 흐려져 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흔적도 일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기에, 열심히, 성실하게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더 오래동안까지 생각해줄 손자들에게 좀 더 많은 기억을 남겨줄 수 있도록 즐겁게 살아야겠다.
그리고 좀 더 완전한 자기완성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보자.
August 15 2022, Donsoo Han, seami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