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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말 새벽에

한돈수 2023. 3. 29. 18:37

새벽 5시.
곤한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 갔다.
어제 9시쯤
잠에 들었으니
8시간은 잔 셈이다.
가볍게 세수하고
추리닝과 두툼한 가디건으로
갈아 입고
따뜻한 물 한잔 만들어
덴에 있는 책상에 앉는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창 밖을 보니
보름달이 뜬것처럼
토론토의 빌딩숲이
펼쳐져 있다.
선명히 보이는
BMO, TD, National Bank, Sheraton Hotel Mark

아직도 짓고 있는
60여층 건물의
맨 꼭대기에서
빛추고 있는 불빛은
보름달처럼 밝다.
이 건물의 10층에
새로 붙여진
THOMSON REUTERS Mark의 불빛은
눈이 시리도록 밝아
주변을 더 훤하게 비춘다.

거리엔 가끔
한 두대의 차와 한 두명의 사람이
새벽길을 재촉하고 있다.

나는 은퇴하기 전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에 출근하여
일을 시작했었다.
한참을 일하고
7시 쯤, 잠깐 쉬려고 1층으로 올라와
거리를 보면
이르게 출근하는
몇 사람이 보였었다.
9시 반이 되면
아침 장사의 바쁨이 끝나고
하루의 반은
지나간 느낌이었다.

다시 창밖에 펼쳐진
건물들을 보니
조그만 창문들 안의 불빛이
닭장처럼 촘촘히
밀도 높게
높은 빌딩을 꽉 채우고 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저 공간을 채우고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뭔가를 하겠지.
서로 얽히고 섥혀서...

지금, 이 순간
이러한 마음으로
이 빌딩 숲 모습을
볼 수 있는 내가
참 대견하다. 흡족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수원 근교의
가산이라는 조그만 마을의
개구장이 어린 아이가
지구 반대편
토론토의 다운타운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이 글을 쓰면서
감상에 젖어 있는
지금에
다시 한번 감사한다.

March 27 2023. Donsoo Han, sea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