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그를 처음 만난건 캐나다 토론토에 살면서 처음으로 하이킹 동호회인 야호 하이킹에 참여하면서 부터이다. 2012년 5,6월경으로 기억되는데, 밀튼 지역의 하이웨이 6와 401 고속도로의 남서쪽 부근의 작은 정자가 있는 곳이었다. 우리보다 한달 먼저 참여한 황악산 부부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거의 매주 토요일 만나 브루스 트레일을 걸으면서 오손도손 쌓아온 12~13년간의 긴 만남이었다. 많은 것을 받고, 주면서, 가끔 식사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4~5년전에 기르는 진도개때문에 포트 호프부근에 농장을 구입해서 부인인 민들레는 토론토에서 비지니스를 하고, 황악산은 혼자서 진돗개와 함께 농장에서 생활했다. 진돗개를 위한 철조망 우리도 만들면서 혼자 힘들게 열정을 다바쳐 생활했다.
아주 가끔 우리는 토론토에서 한시간 반정도 떨어진 농장에 가서 고기도 구워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오기도 했다.
작년 12월, 우리 부부는 오래간만에 농장에 가서 식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왔다. 그때 황악산은 이제 농장 정리도 거의 끝나고, 내년부터는 조그마하게 채소 농사도 하면서 소확행을 누리면서 살거라고 했다.
민들레도 비지니스를 정리해서 이젠 함께 할 시간도 많아진 터였다.
그리고 올 2월에 부부가 함께 한국에 갔다온다고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한국에 잘 다녀왔겠지 하고 있는데, 3월 14일 민들레로 부터 황악산이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 세인트 마이클 병원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너무나 황당한 소식이기에 우리부부는 슈퍼에서 과일 약간을 사서 들고, 병원으로 갔다.
황악산과 민들레는 2월에 한국에 갔는데, 가서 하루만에 너무 아파서 바로 토론토로 돌아왔다고 한다. 와서 가정의도 바꾸고, 응급실에 갔다가 입원해서 췌장암 4기라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항암 치료가 시작되면 만날수 없을 것 같아 연락을 했다고 했다.
실은 우리가 농장을 방문했던 작년 12월 전에, 민들레는 서울에 있는데 너무 아파 가정의에게 연락했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어서, 겔러리아 약국에서 위장약을 사서 먹고 괜찮아 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때도 암 때문에 많이 아팠던 것이었다.
지금은 췌장에서 대장, 위의 바깥면등에 전위가 되어 있다고 했다.
병원에서 처음 만난 날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냥 기가차고 인생, 삶이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구나 하는 허무함이 머리를 짓 누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항암치료 잘 받아서 많이 건강을 회복하길 빌면서 서로 포옹을 하고 헤어졌다.
3월 26일부터 항암 치료를 받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잘 받기를 응원하면서 지내다가 어제 5월 14일 아내가 준비한 갈비탕을 주려고 민들레에게 연락을 했다.
민들레가 온 김에 황악산도 한번 만나보고 가라고 하는 턱에 만남을 갖을 수 있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황악산은 병원에서 만났을때 보다 많이 활기차고, 치료에 대한 만족도와 신뢰감도 컸고, 잘 먹어서 체중도 늘어 67키로라고 했다.
항암치료와 음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다가 나중엔 진돗개와 농장 걱정, 콘도 판매 문제등의 이야기를 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이런 저런 걱정들은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함께 하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뭔가 새롭기 보다는 그냥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이 나의 삶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황악산이 너무 아플땐, 엄마 나 좀 살려줘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하는 말에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나면서 눈물이 고였다.
거의 두시간을 예기하고, 남은 항암치료 잘 받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면서, 위안의 포옹과 함께 헤어졌다.
May 15 2024. Donsoo Han, seamind
8월 14일 황악산은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
일주일전쯤 민들레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안그래도 치료를 잘받고 있나 궁금해하던 참이었다.
토론토에서 치료를 받는데 여러가지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서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싶다는 황악산의 말에 한국에 가기로 하고, 비행기표를 이코노미 석으로 끊었는데, 아픈 사람이 불편할 것 같아 비지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하려고 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단다. 혹시나 히는 생각에 아내가 딸 혜진에게 연락을 해보니 25% 디스카운트 티켓이 한장 남아 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먼저 산 이코노미 좌석을 해약하고, 비즈니스석을 다시 예약해서 한국에 잘 도착했다.
하필이면 같은 비행기에서 한명이 비행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보고, 혹시 하는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한국에 간 황악산의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아내가 민들레에게 추석 안부를 전하자, 민들레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서의 치료가 여의치 않아 요양병원에서 있다는 연락이었다. 9월 13일 강남 세브란스병원에 갔었는데 의사가 복수가 차고 상태가 너무 안좋아 방사선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다.
한국이 현재, 의료 대란으로 상황이 좋지 않아 그런 상태에 놓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잘 견듸어내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9월 22일 저녁 9시경에 한국에 가있는 민들레로 부터 카톡 전화를 받았다. 3일전만 해도 걸어다니던 황악산이 중환자실에 들어가 패혈증이란 진단을 받고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토론토에 있는 아들과 딸이 가능한한 빨리 한국에 들어와 임종이라도 봤으면 한다는 이야기였다. 헌데 농장에서 진돗개를 보살피고 있는 딸 인경이가 문제였다. 누군가 대신해서 약 2주동안 개를 보살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때 야호 하이킹을 함께 했던 한야와 피터림님께도 연락했으니 어떠한 방도를 찿아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하고, 곰곰히 생각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일단 이런류의 일에는 잘아는 한야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를 했다.
일단 진돗개의 습성이 주인말만 듣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너무 사나워 잘못하면 큰일이 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해결책으로는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약 일주일치의 먹이를 주고 개가 자기들끼리 있게 해놓고, 일주일 동안 한국에 다녀오는 방법, 또 하나는 인경이가 한국에 가는 것을 포기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하여튼 한야가 내일 피터림님과 예기를 해보고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모든 것이 공허한 느낌이다.
아침에 민들레로부터 카톡을 받았다. 인경이가 농장에 남을 예정이라고. 그리고 황악산이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려한다고 했다. 증세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중환자실에 있으면 하루 2회 밖에 면회가 안되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 일반병실로 옮겨 문병 온 사람들이라도 만날 수 있게 해주기위서 라고 했다. 모든 것이 삶의 마지막을 향해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낄 수 있었다.
9월 23일 월요일 오후 3시(한국 시간으로 9월 24일 새벽 4시) 한야로부터 황악산이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세상의 마지막 순간은 아쉬움을 보충하기위한 아주 작은 시간도 주지 안는다.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본인도, 옆에서 간호하는 사람도, 치료하는 의사까지도 예측만 할 뿐 어떠한 여지도 없이 그냥 찾아온다.
엄마가 그리워, 그 곁에 묻히고 싶어 생의 끝자락에 한국으로 갔나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삶이 황망하고, 공허하다.
Sept. 23 2024 Monday
Donsoo Han, seamind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