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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같은 인생 (시)

한돈수 2025. 6. 22. 22:04



비눗방울 같은 인생

  - January someday 2024. Donsoo Han, Seamind


어릴 적,
햇살 가득한 마당에서
작은 조롱대를 입에 물고
숨을 불어 넣었다.
그러면 투명한 둥근 세계 하나,
두 개,
하늘로 피어오르곤 했다.

그것은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었다.
조금만 바람이 세면
멀리멀리 날아가기도 하고
어떤 건 내 코앞에서
‘톡’ 하고 터져
눈앞에서 사라졌다.

지금 돌아보니
인생이란 그저
그 비눗방울 같다.

순간순간 애써 살아낸 날들,
숨을 다해 부풀린 희망과 꿈들,
하지만 결국은
하늘로 떠오르다
작은 진동에도 사라지는 것.

너무 멀리,
너무 높이만 날려 하다 보면
그 조그만 기쁨조차 놓쳐버리고
두려움과 고통이 따라온다.

그때그때의 바람을 느끼며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작은 방울 하나,
그것이 가장 빛나는 순간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비눗방울은 사라져도
아이의 웃음소리는 남듯이,
우리 삶도 그렇게,
잠시 머물다
작은 반짝임 하나 남기고
순리대로 흘러가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