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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을 뽑다. 그리고 (시)

한돈수 2025. 7. 4. 23:43



이빨을 뽑다. 그리고 (시)
– Donsoo Han, 67세의 가을 어느 날

67년을 함께한 이여,
입안 깊숙이 뿌리내린 너는
말없이 버티다 끝내 나를 떠났다.
썩고 흔들리며,
찬 공기조차 못 견디던
고통의 시간들.

이별은 치통처럼 다가오고
발치처럼 끝이 나지만
남는 건
텅 빈 자리와
묘한 허전함.

한 개는 버리고,
한 개(금니)는 서랍 속에 넣었다.
버려야 할 것과
간직하고픈 것,
삶은 늘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함께 있을 땐 아팠고,
떼어내자 아픔은 사라졌지만
공허함이 남는다.
그조차
언젠가는 무엇인가로 채워지리라.

자연은
비워둔 자리를 오래 두지 않는다.
잇몸도, 뼈도
천천히 회복을 시작하고
나는 그 자리에
임플란트를 심고
다시 웃고, 씹고, 말하며
살아갈 것이다.

살아 있기에
기쁨도, 고통도,
모두 의미가 된다.

죽음은
단지 잠시의 공허함일 뿐.

– September 24, 2024. Donsoo Han,  Sea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