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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위한 헌사시 (시)

한돈수 2025. 7. 4. 23:57



아내를 위한 헌사시
     - 결혼 41년차에 즈음하여

당신과 함께 걷는다는 것

  - July 04 2025. Donsoo Han,  Seamind


당신과 나는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습니다.
말없이, 때로는 웃으며
때로는 그냥 조용히
바람을 마주보며.

매주 토요일,
그 숲길들을 함께 걸은 지 어느덧 십삼 년,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당신은 내 곁에서
한 걸음도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그 길은 이제 우리의 시간으로 덮여 있고,
그 나무들은
우리의 계절을 기억합니다.

당신은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의 정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나 따뜻하게 쌓아왔습니다.
그 밥상 위엔
음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과 내 건강과
우리가 지켜온 시간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내 말에 언제나 귀를 기울입니다.
툭 던진 말에도,
말끝에 묻힌 마음에도,
당신은 늘 조용히 반응하며
내가 말하지 않은 것까지도
들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삶은
말보다 눈빛으로,
약속보다 일상으로
서로를 증명하는 것임을
나는 당신에게서 배웠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수많은 저녁의 산책이
하루의 끝을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다시 찾아오는 아침을
맑고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걷는다는 것—
그건
나의 삶이
사랑으로 살아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