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을 삼키고, 삶은 계속된다
- January 2023. Donsoo Han, Seamind
새벽 다섯 시,
잠결에 떠오른
몇일전에 본 다큐멘터리
아프리카 사막의 기억.
긴 가뭄을 견디려
먼 길을 걷는 코끼리 무리.
그 중 어린 코끼리 하나,
다친 다리로 버티다
끝내 쓰러진다.
무리는 멈춰 선다.
기다린다.
다시 일어나길 바라며
시간을 건넨다.
그러나 죽음은
조용히 다가와
자칼과 독수리를 부른다.
생명을 분해하듯
살을 물어가는 부리와 이빨.
큰 수컷 코끼리는
한참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린다.
슬픔을 삼키고,
길을 다시 걷는다.
어미 코끼리는
울음을 삼키지 못한 채
먹던 자들을 흩어 놓고,
다시 무리로 돌아가
남은 삶을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자칼 수컷은
사냥한 고기를 토해
새끼의 입에 넣는다.
그 짧은 시간이
그들에겐
쉼이고 사랑이다.
죽음은
누군가의 생이 되고,
고통은
누군가의 입속에서
살이 된다.
자연은 그렇게
묵묵히 받아들이고,
슬픔을 삼키며,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나는,
그 장면 앞에서
한참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