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을 품은 연못
- May 12 2023. Donsoo Han, Seamind
숲 깊은 그늘 아래
말 한마디 없는 작은 연못 하나
수면엔 침묵이 눕고
시간조차 발을 멈춘다
그 고요는 단순한 정적이 아니라
세상 모든 파동을 가라앉힌 마음
바람은 가 닿기 전에 스러지고
새의 그림자도 자취를 감춘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 하나
허공의 언어들이 물결 위에 눕고
빛은 물속에서 다시 태어난다
연못은 땅에 있지만
그 안엔 하늘이 숨어 산다
경계를 잊은 채, 위와 아래가
하나의 숨결로 흐른다
나도 그러하고 싶다
소리 없이 넓고, 흔들림 없이 깊은
세상의 어지러움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내 안에 하늘 하나 품고 살아가고 싶다
오월, 숲길을 걷다 문득
그 연못 앞에 멈춰 서며
나는 고요라는 이름을
나의 소망으로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