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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한돈수 2022. 10. 2. 19:42

내가 캐나다에 와서 영, 에글링턴 센터에서 베이글 스탑이라는 가게를 운영할 때의 일이다.
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출근하는 아침이면 매우 바쁜 가게 였었다. 하루에 보통 400명 정도는 오는 가게 였었다.
어느 날 아침, 정신없이 손님을 받고 있는데, 40대 정도의 여자가 계산을 하면서, 자기 다음에 있는 사람의 계산도 함께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같이 온 손님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그냥 웃으며 윙크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계산을 끝낸 그녀는 가버리고, 다음 사람인 30대의 남성은 계산하려 하기에 앞의 여자분이 계산을 했다고 하니까, 조금은 예외의 일인듯 웃으며 오늘은 행운의 날이라며 좋아하며 갔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런 행운과 마주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오늘의 30대 남성처럼 그냥 고마움을 느끼며 행운의 날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내가 거지야. 왜 나한테 동정을 베풀어. 돈이 그렇게 많아.'하면서 불쾌해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반응은 그 사람의 그 날 아침의 기분, 있었던 일 또는 예전에 있었던 어떤 기억에 따라서도 각 자 달라질 수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서로 베풀고, 그러한 성의를 받을 줄 아는 것이 상식인 사회는 참으로 아름답고, 성숙한 사회인 것이다.
그리고 남 몰래 베풀고, 그냥 사라져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그러한 사랑과 마음만은 전해지고, 훈훈함이 남아 있는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언젠가 한 사람이 미국에서 앞의 차량이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면서 뒤 차량의 것도 내 주었더니, 뒤의 차량은 그 뒤의 차량의 통행료를 계속해서 내주는 훈훈한 풍경을 보고, 한국에 와서 900원 짜리 통행료를 계산해 주었다가 뒤의 차량에 크랙션을 울리며 쫒아와 '왜 내 통행료를 내주느냐. 내가 거지냐. 네가 돈이 그렇게 많냐.'하면서 소리르 지르더라고 했다.
너무 황당하고, 분해서 정신이 없다가,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사람의 어떤 툭별한 상황이 있을 수도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는 일일 것이라고 수긍이 가더란다.
남의 말에 직접적으로 바로 반응하지 말고, 그 사람의 속 사정도 살피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모든 사람이 조금씩 노력하면, 좀 더 아름답고, 너그러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September 30 2022. Donsoo Han, seamind
at Grange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