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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분의 일, 그 배려의 마음 (시)

한돈수 2025. 6. 19. 22:25




N분의 일, 그 배려의 마음

    - June 18 2025. Donsoo Han,  Seamind


우리는 자본주의의 바다 위를
작은 배 하나씩 타고 떠도는 사람들.
만남엔 언제나 영수증이 따라붙고,
미소 뒤에도 숫자는 숨쉰다.

처음엔 몰랐다,
“내가 낼게”라는 말이
왜 가끔 무겁게 들리는지.
돌아가며 내다보니
어느 날엔 부담이
바통처럼 건네졌다.

그러다 발견한
N분의 일, 그 단순한 계산법.
누구도 크지 않고,
누구도 작지 않게
같은 크기의 지갑으로
서로를 존중하게 되는 방식.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이 방식이 쑥스럽다.
계산서를 나누는 손길이
정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그깟 얼마 가지고…" 하는 말 속엔
정이라는 이름의 압박이 숨어 있다.

더치 페이 —
사소한 듯 깊은 철학,
내가 너를 좋아하지만
너의 짐까지 지고 싶진 않다는
그리고 네가 나를 좋아하되
내 어깨 위엔 올라타지 않기를 바라는
조용한 동의의 신호.

정은 나눔 속에서 자라고,
돈은 투명함 속에서 가벼워진다.
서로의 마음이 빛을 잃지 않게
비용을 나누는 일.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커피 두 잔 값도 반으로 나누고
저녁 식사 영수증도
N으로 나눈다.

그렇게 우리는
부담보다 배려가 오래 가는
만남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