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하루 아흔다섯 해를 살아오신 아버님밤 아홉 시면 깊은 잠에 들고새벽 다섯 시, 누구보다 먼저잠자리 정돈하고 하루를 여십니다. 하루의 시작은과일 한 조각의 상큼함과차가운 물에 손을 씻는 맑은 의식일곱 시, 조용히 앉아 아침을 드십니다. 여덟 시 반, 보호사가 오고월요일과 금요일엔목욕의 물소리가 고요를 채우고열한 시 반이면누나와 차를 타고 식당으로 향하십니다. 어디로 갈지는 아버님이 정하시고지갑은 언제나 당신 손에현금 몇 장 꺼내는 동작마저아직은 스스로이고 싶으신 마음입니다. 식사 후 돌아오면 오후 한 시누나는 떠나고, 아버님은 혼자TV 소리 사이로 눈을 붙이거나화투 한 장 뽑으며 오늘의 운을 보십니다. 간식은 네 시 반,저녁 여섯 시엔 다시 식탁 앞에일곱 시 반, 누나는 돌아가고남은 시간엔 고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