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상적인 삶이란 (시)

한돈수 2025. 6. 19. 23:20




이상적인 삶이란

     -  June 18 2025. Donsoo Han,  Seamind


태어나 눈을 떴을 때
이 세상은 이미 존재했고
살아가는 동안에도
그 세상은 묵묵히 흐르고 있었으며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세상은 조용히, 그러나 여전히 흘러가리라.

나는 그 안에서
배우고, 일하고, 사랑하고
자식을 낳고, 기르고,
한없이 달려왔다.

그 순간순간의 선택들,
그땐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지.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들 가운데
가장 중심에 있어야 했던 건
가족이 아니었을까,
그 소중함을 뒤늦게 묻는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길을 걷는다.
어떤 이는 명예를 좇고,
어떤 이는 부를,
어떤 이는 꿈을 위해 떠났지만,

세월이 지나고
인생의 후반부에 다다르면
다시 모이는 그 자리엔
비슷한 바람만이 남는다.

손주들과 놀이터에서
숨바꼭질을 하며 함께 웃고,
"할아버지 여기 있어요!"
기쁜 목소리에 가슴이 찬란해지고

오십 년을 함께 살아낸 친구들과
수수한 찻집에서 마주 앉아
세월을 덜어내듯 웃으며
허물 없이 속마음을 나누는 그 순간—
그 순간이야말로 삶의 선물.

기쁜 날엔 함께 웃고
슬픈 날엔 말없이 곁에 있어주며
서로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러나 늘 마음은 곁에 있는,
그런 관계.

이제야 나는 안다.
이상적인 삶이란
큰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
기억을 나누는 일,
작고 평범한 하루를
함께 살아내는 것.

마지막 날이 다가올 때
가만히 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 삶이야말로
참, 이상적인 삶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