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짐의 질서, 순환의 무도회
우리가 한데서
죽음을 맞는 그 순간,
세계는 조용히
다른 리듬으로 전환된다.
이제 말 없는 무대에
첫 배우가 등장한다.
청파리,
날이 선 광채를 머금은 채
아직 따뜻한 살 위로 내려앉는다.
살점을 먹고, 흔적을 남기며
그들은 시작을 알린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금팔이가 도착한다.
조금 부패한 살을 선호하는 이들은
더디지만, 더 정직한 동작으로
육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쉬파리,
그 뒤를 잇는 자들.
소리 없는 손짓으로
남은 틈을 메우고
자연이 요구하는 완결을 향해
작업을 계속한다.
무거운 존재들이 등장한다.
검은 수시렁이와 비계 수시렁이,
딱정벌레목의 고요한 기술자들은
육체의 폐허 위를
느릿한 발걸음으로 가로지르며
남김없이, 집요하게
청소를 시작한다.
그다음은 치즈파리,
기묘한 취향의 식객들.
그들이 도착하면
이미 몸은 거의 형체를 잃었고,
죽음은 깊숙이
자연의 품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무대는
침파리, 송장벌레, 작은 거미.
이들은 각자의 몫만을 알고,
타인의 흔적은 건드리지 않는다.
존재의 윤리를 지키는 자들,
침묵의 질서로
모든 것을 정리한다.
이 모든 행렬은
죽음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자연의 궤도로 되돌리는 의식이다.
시체가 놓인 장소,
곤충의 순서,
그 틈을 읽는 자는
시간의 깊이와 장소의 진실을
거꾸로 더듬어간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죽음은 자연의 초대다.
그리고 이 춤은
지극히 정교하고,
지극히 정직하며,
지극히 무심한 순환의 형식이다.
우리는 그것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 불리는 존재도
결국은 하나의 재료일 뿐,
흙으로, 벌레로, 식물로
되돌려지는
하나의 환원일 뿐이다.
그러나 이 질서 앞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지워진다는 것이 아니라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리하여 모든 죽음은
또 하나의 생명을 준비하는
무언의 예고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