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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의 이유 (시)

한돈수 2025. 7. 4. 07:08



이름의 이유

  - July 02 2025. Donsoo Han, Seamind


세상은 처음엔 말이 없었다
바람은 그냥 스쳐가고
돌은 그냥 굴러다녔지

그러던 어느 날,
사람이 바람에게 "바람"이라 불렀다
돌에게는 "돌"이라 불렀고
자신에게는 "나"라고 이름 붙였다

그 순간
세상은 조용한 울림으로 되살아났고
혼돈은 조금씩 질서를 입기 시작했지

이름을 부르면
그것은 하나의 존재가 된다
멀고 막연했던 것들도
입술 끝에서 가까워진다

사랑이라 부르기 전엔
그건 막연한 떨림이었지만
이름을 준 뒤엔
가슴 깊이 눌러 담을 수 있는 감정이 되었다

우리는 구분하기 위해
소통하기 위해
붙잡기 위해
그리고 애써 놓지 않기 위해
모든 것에 이름을 준다

이름이란
이 세상을 이해하고
스스로를 잊지 않기 위한
인간만의 주문 같은 것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사랑하며
그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